비밀공간

"나는 누구인가" <개와 늑대의 시간>

purplespace 2022. 1. 14. 19:03
728x90

 

인생 드라마

 누구에게나 인생 드라마 한 편쯤은 다 있습니다. 제게 인생 드라마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방영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 이 드라마를 다시 챙겨 봅니다. 요즘에는 왓챠 플레이나 Wavve를 구독하기만 한다면 예전 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저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알았습니다. 솔직히 왕의 남자를 보지 않은 저로서는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CF를 통해서 그를 알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본 뒤 나는 지금까지도 이준기가 나온 드라마는 재미가 없더라도 꼭 1화는 챙겨보는 저만의 루틴이 생겼습니다. 그 정도로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이준기 배우의 연기는 엄청났다고 생각합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사라진 기억

수현(이준기분)은 어릴 적 청방이라는 조직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것도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총을 맞았습니다. 수현의 어머니는 태국 경찰로서 청방이라는 조직을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수사망이 좁혀오던 와중에 위기감을 느낀 청방이 수현의 어머니를 제거하게 된 것입니다. 이 기억은 수현에게 트라우마라 남게 됩니다. 수현에게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고아가 된 수현은 어릴 적 아버지와 친구인 중호(이기영분)를 만나서 그의 밑에서 자라게 됩니다. 중호에게는 민기(정경호분)라는 자식이 있었는데 수현과 동갑이었습니다. 둘은 형제처럼 자라게 되고 같이 국정원 요원이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수현은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마오(최재성분)을 만나게 됩니다. 수현은 그를 기억하지만 마오는 그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수현이 국정원 요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수현은 작 전와 중에 총에 맞고 바다에 빠지고 기억을 잃게 됩니다.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는 소재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애용되는 소재입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또한 수현(이준기)이 기억을 잃으면서 극의 제2막이 시작됩니다. 기억을 잃기 전 수현은 바른 인간이었습니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는 소위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잃고 청방의 보스인 마오(지우의 친아버지) 밑에서 일하면서 그의 성격은 180도로 바뀝니다. 마치 진짜 마오의 충실한 부하인 케이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그렇게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잃은 수현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억을 되찾게됩니다. 바로 지우를 키워준 아버지를 죽이려고 할 때 지우가 나타난 것입니다. 지우는 어릴 적 수현이 했던 것처럼 총에 손을 갖다 댑니다. 그 순간 수현은 사라지고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억을 되찾게 됩니다. 기억을 되찾은 수현은 모든 걸 잊고 떠나려고 하지만 정 부장(수현을 비밀요원으로 투입한 인물)이 다시 수현이 마오에 대한 복수심을 일깨웁니다. 그것은 바로 수현이 친아버지 또한 마오의 손에 죽은 것입니다. 수현의 아버지 또한 비밀임무를 띠고 청방에 잠임 했다가 마오의 손에 죽었던 것입니다. 

선과 악 

제가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기억을 되찾은 수현입니다. 기억을 되찾은 수현은 더 이상 예전의 이수현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케이라는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수현은 또 다른 존재가 된 것입니다. 마오에 밑으로 가지 말라는 지우의 말에 냉혹한 말들을 지우에게 쏟아냅니다. 그런 수현을 보고 지우는 정말  자신이 알고 있던 수현이 맞느냐는 질문과 함께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결국, 수현은 마오 밑으로 다시 들어가 그에게 복수를 계획하고 그가 쌓아놓았던 것을 뺏으면서 복수에 성공하지만 지우를 보고 끝내 마오를 죽이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수현은 지우와 떠날 것을 결심하고 지우와 같이 가지만 마오는 수현에게 오지 않는다면 수현이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없앨 것이라 경고를 합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그렇게 둘은 만나고 마오는 수현을 죽이려는 순간, 수현의 시계를 발견합니다. 그 시계는 자신의 친구 이동조에게 준 시계였던 것입니다. 이동조는 수현의 친아버지입니다. 마오와 이동조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청방이 이동조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고 마오에게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죽일 당시에는 이동조라는 것을 모르고 마오는 청방의 명령을 따르고 죽인 뒤 그 존재를 알게됩니다. 놀란 마오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수현의 총을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해 질 녘 모든 사람이 붉게 물들고 저기 저 언덕 너머로 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 대사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모든 것을 설명해줍니다. 어느 것 하나 분명한 것이 없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 속에서 저기 앞에 나타난 사람이 나의 친구인지 아니면 나의 적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입니다. 

 

 

 

728x90